몸살
하루 내내 몸살을 앓는다. 그야말로 온몸이 다 아팠다. 온몸이 다 아픈데 고단한 전화까지 여러 통 받아야 했다. 밥 한 술조차 뜰 수 없었고, 물 한 모금조차 마실 수 없었다.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 주면서 몇 술 뜨기도 하고, 엊저녁에는 소금 간만 한 국물을 조금 마셨는데 외려 소금국까지 얹혀서 밤새 배앓이를 했다. 내 몸에 안 맞는 어떤 일을 했기 때문에 찾아온 몸살이다.
곰곰이 생각한다. 내 몸에 맞는 일은 무엇인가. 시골에서 지내며 한국말사전을 새로 엮는 일이리라. 어제와 그제는 이 일을 하나도 못 했다. 나로서는 어마어마하게 큰 피해이다. 이틀이나 사전 원고를 못 쓰다니!
내 넋이 깃든 몸을 추스르자. 내 얼이 선 몸을 다스리자.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올바르면서 즐겁고 아름답게 갈 뿐이다. 올바르면서 즐겁고 아름답게 걷는 길에는 언제나 사랑스러운 노래와 춤과 웃음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삶은 이야기로 피어나야 한다. 나무는 겨울에 겨울눈을 틔우고, 봄에 새 잎과 꽃망울을 터뜨린다. 나무는 여름에 풋열매를 내고는 가을에 잘 익은 열매를 베푼다. 이러한 흐름과 철을 찬찬히 되새기면서 몸을 돌보자. 4347.12.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