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날 밥 차리기
몸이 아픈 날에는 물을 만지기조차 싫다. 몸이 아픈 날에는 물을 만지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렇다고 아이들한테 밥을 안 차릴 수 없어서 해롱거리는 몸과 머리로 아침을 짓는다. 아이들은 배가 고플까? 아이들은 배가 고프지 않을까? 내가 몸이 아프다 보니 아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먹었는지, 배가 고픈지 안 고픈지 잘 모른다. 두 아이가 툭탁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아무래도 배가 고파서 저러나 싶어 아침을 짓는다.
모처럼 고기밥을 짓는다. 얼어붙은 고기를 녹이자니 손이 더 시리다. 끙끙거리면서 겨우 고기를 볶아 밥에 얹는다. 따뜻할 때에 아이들이 먹기를 바라지만 밥술을 뜨는 시늉만 한다. 잔소리를 몇 마디 하다가 자리에 눕는다. 두 시간 즈음 끙끙 앓으니 살짝 나은 듯하지만 아직 어지럽다.
아이들은 저희끼리 잘 논다. 자리에 누워 앓는 아버지 배와 등허리를 타면서 ‘자동차 놀이’도 한다. 아버지가 얼른 나으라고 주물러 주는 셈인가. 그렇지만 몹시 아프다. 얼른 제자리를 찾자. 핑핑 도는 머리가 어서 낫기를 빈다. 4347.12.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