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제비꽃 곱구나



  바람이 싱싱 불어 나뭇가지와 마른 풀잎이 마당에 어지럽다. 빗자루를 들어 마당을 석석 쓰는데, 섬돌 언저리 틈바구니에 뿌리를 내리고 꽃송이를 터뜨린 제비꽃을 본다. 한겨울 제비꽃이다. 어쩜 너는 이 겨울에 꽃송이를 틔우니. 겨울에는 해가 비스듬하게 누워서 마루 구석까지 햇볕이 스민다. 겨울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가 길게 퍼진다. 바람이 불어 쌀쌀하더라도 햇볕만큼은 포근하다. 우리 집 제비꽃은 한겨울에도 꽃송이를 터뜨릴 만한 자리에 뿌리를 내린 셈이다. 어쩌면 십이월뿐 아니라 일월이나 이월에도 꼭 이 자리에서 다시금 꽃송이를 터뜨릴는지 모른다. 멋진 아이로구나 하고 생각한다. 고우면서 씩씩한 아이로구나 하고 느낀다. 야무진 시골꽃이요 짙푸른 시골노래이다. 4347.12.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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