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98] 귀염나무
아이들이 귀여워서 ‘귀염둥이’라고 부릅니다. 가시내한테는 ‘귀염순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사내한테는 ‘귀염돌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집에 고양이나 개를 기르는 이웃이 있으면, 이들은 ‘귀염고양이’나 ‘귀염개’와 함께 사는 셈입니다. 우리는 서로 ‘귀염동무’나 ‘귀염이웃’이 됩니다. 나는 너한테 귀염동무요, 너는 나한테 귀염이웃입니다. 이리하여, 나는 우리 집에 ‘귀염나무’를 둡니다. 아침저녁으로 가만히 바라보면서 어루만지는 귀염나무가 있습니다. 우리 집 마당에서 자라는 후박나무와 초피나무와 동백나무는 귀염나무입니다. 우리 집 뒤꼍에서 자라는 모과나무와 무화과나무와 복숭아나무와 감나무와 뽕나무와 유자나무는 모두 귀염나무입니다. 봄에 피는 봄꽃은 귀염꽃입니다. 늘 그 자리에서 조롱조롱 올라오는 제비꽃이든 민들레꽃이든 모두 귀염꽃입니다. 귀엽습니다. 사랑스럽습니다. 반갑습니다. 좋습니다. 온갖 기운을 함께 나누면서 귀여운 몸짓과 눈빛으로 어깨동무를 합니다. 4347.12.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