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장만하지 못한 책



  책방마실을 하면서 책을 고른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앞으로 읽으려는 책을 고른다. 그런데, 책방마실을 할 적마다 미처 장만하지 못하는 책이 꼭 있다. 오늘 내 주머니에 따라 책을 고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은 더 많은 책에 눈길이 가지만, 내 주머니는 홀쭉하기 때문이다.


  책을 어느 만큼 장만할 수 있으면 흐뭇할까. 새책방에서건 헌책방에서건 하루에 백만 원쯤 책값으로 쓸 수 있으면 흐뭇할까. 이백만 원이나 오백만 원쯤 날마다 책값으로 쓸 수 있으면 흐뭇할까.


  한 사람이 책방 한 곳에서 날마다 백만 원어치에 이르는 책을 장만한다면, 이 책방에 책이 남아나겠느냐 하고 물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 한 사람이 날마다 책방 한 곳에서 백만 원어치에 이르는 책을 장만한다면, 이곳 책방지기는 날마다 더 많은 책을 갖추려고 더 바지런히 힘을 쓰리라 본다. 그래서 날마다 백만 원어치에 이르는 책을 책방 한 곳에서 장만한다면, 이 책방은 나날이 살림을 더욱 북돋우면서 훨씬 많은 책을 갖추어 더 많은 사람한테 훨씬 많은 책을 선보이는 책살림이 되리라 느낀다.


  미처 장만하지 못한 책을 마음속으로 그린다. 다음에는 이 책들을 장만하자고 다짐한다. 다음에 찾아올 적에 이 책들이 이곳에서 사라질 수 있지만, 다른 예쁜 책손이 이 어여쁜 책을 기쁘게 장만할 수 있지만, 나중에라도 이 책들이 그대로 있다면, 아니면 다른 책방에서 이 책들을 만날 수 있다면, 내 주머니가 ‘책값이 끝없이 철철 흘러넘치는 멋스러운 샘물’이 될 수 있기를 꿈꾼다. 4347.12.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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