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하게 빚 갚기
이달과 지난달 두 달치 건강보험표를 엊저녁에 아슬아슬하게 낸다. 하루만 늦어도 덤터기가 잔뜩 붙는다. 우리 집은 병원에 안 가고 예방주사는 안 맞히지만, 건강보험료는 우리 집 사람들이 숨을 거두는 날까지 고지서가 날아오리라. 권리인 건강보험이 아닌 의무인 건강보험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과 같은 건강보험이라면 우리 집에서 병원을 거부하더라도 얼마든지 다달이 즐겁게 낼 터이지만, 건강보험공단이 아름답거나 슬기롭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다달이 건강보험삯을 내는 일이 버겁다.
곁님이 배움길을 다녀오도록 끊은 비행기삯 카드값이 두 달치 남는다. 지난달과 이달 두 달치를 더하면 삼십만 원인데, 이만 한 돈을 한몫에 갚지 못하니 카드회사에서는 날마다 대여섯 차례씩 전화를 하며 재촉한다. 귀가 따갑고 고단해서 전화기를 끄고 산다. 이달, 그러니까 올해 마지막인 섣달 그믐까지 이 빚을 아슬아슬하게 갚을 수 있으리라 느낀다. 그러면 이듬해부터는 카드를 모두 가위로 잘라서 없앨 생각이니, 카드값 갚으라는 재촉 전화는 더 안 받아도 될 테지.
무엇이든 나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나한테 오는 만큼, 오늘부터 생각을 새롭게 다스리려고 한다. 즐겁게 버는 돈, 넉넉하게 짓는 숲집, 푸르게 가꾸는 도서관, 사랑스럽게 뛰노는 아이들, 기쁘게 배우는 하루, 말을 짓는 글쓰기, 삶을 가꾸는 해와 바람과 흙, 이러한 이야기를 날마다 마음에 가득가득 품으려 한다. 4347.12.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