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4.18.

 : 우리가 지나간 노란 물결



- 아직 바람이 차가운 사월에 자전거마실을 하다가 살짝 멈춘다. 아이들한테 묻는다. “어때? 많이 춥니?” “응.” “저기 뒤를 좀 돌아봐.” “뒤?” “우리가 지나온 길이 온통 노란 빛이야. 아직 한껏 무르익지 않았지만, 곧 온통 노란 물결이 되지.” “우와, 그러네. 예쁘다.” 지난날에는 밥을 먹으려고 보리를 심어서 보리물결이 쳤다면, 오늘날에는 도시사람이 시골길을 지나갈 적에 ‘구경하기 좋으’라는 뜻에서 경관사업으로 유채를 뿌린다. 우리 아이들이 유채물결이 아닌 보리물결을 누리도록 하자면 우리 땅을 장만해서 가을에 보리를 심어야 할 테지.


- 바람이 차츰 따숩게 바뀌니 머잖아 두툼한 옷을 벗을 수 있다. 손은 덜 시려우니 장갑은 벗지만 두툼한 옷까지 아직 벗을 수 없다. 작은아이가 수레에서 낮잠을 잔다. 큰아이도 자전거마실을 하면서 낮잠을 재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렇게 하자면 더욱 큰 수레를 장만하거나 네 사람이 타는 자전거를 몰아야 할 테지.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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