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뜨는 생일



  해마다 찾아오는 섣달 이레는 절기로 ‘큰눈’이라 한다. 지난 마흔 해를 돌아보면, 이무렵 날씨가 추운 적이 아주 드물었는데 올해에는 꽤 춥구나 싶다. 그렇지만 추위는 곧 물러나리라 본다. 겨울 첫머리에 곧 포근하게 햇볕과 바람이 흘러 골골샅샅 보듬을 테지.


  저녁에 마당에 서서 바깥을 바라본다. 별이 밝고 달이 환하다. 아, 오늘은 보름달이네. 그렇구나, 그렇지. 한 해 스물네 절기에 따라 달이 차고 기울지. 그러니 오늘은 보름달이네.


  이제껏 내 생일이 ‘보름달’인 줄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이제껏 내 생일은 늘 보름달이었다. 재미있구나. 새롭구나. 사랑스럽구나. 더 헤아려 본다면, 달은 언제나 ‘동그란 달’이지만 햇빛이 어떻게 비추는가에 따라 우리 눈에 다르게 보일 뿐이니, 어떤 사람 생일이건 늘 ‘둥근 달’이다. 아무튼, 나는 마흔한 해째 살며 비로소 내 생일이 ‘보름달 큰눈’인 줄 처음으로 깨닫는다. 4347.1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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