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04. 빛과 그림자



  겨울이 지나 봄이 다가올수록 해가 길어집니다. 봄을 지나 여름이 되면 해는 더욱 길어집니다.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 해가 짧아집니다.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면 해는 더욱 짧아집니다.


  가만히 햇볕을 느껴도 해가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줄 느끼고, 마루로 들어오는 햇살을 살펴도 해가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줄 느끼며, 그림자가 드리우는 모습을 보면서도 해가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줄 느낍니다.


  그림자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철 따라 그림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곧 알아차립니다. 키가 작은 아이들은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면서 키가 부쩍 커졌다고 여깁니다. 그림자만 보아도 아주 길거든요.


  겨울이 되어 무척 비스듬하게 눕는 햇살은 더 깊은 데까지 포근하게 어루만집니다. 여름에는 머리 꼭대기에서 내리꽂듯이 내리쬐는 햇볕이라면, 겨울에는 추위에 오들오들 떠는 구석까지 보드랍게 어루만지는 햇볕입니다.


  빛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퍼질까요. 그림자는 언제 지며 어느 만큼 드리울까요.


  해는 삼백예순닷새에 걸쳐 날마다 다르게 지구별을 비추면서 새로운 빛과 그림자를 빚습니다. 날마다 다른 빛과 그림자를 마주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빚을 수 있습니다. 날마다 다른 빛과 그림자이기에 이 빛과 그림자를 고스란히 느끼면서 언제나 새로운 사진으로 엮을 수 있습니다. 4347.1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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