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03. 바지런한 손놀림


  삶은달걀을 까는 두 아이는 오직 삶은달걀만 바라봅니다. 밥상에 여러 가지를 올리면 우리 집 두 아이는 맨 먼저 삶은달걀을 집습니다. 아직 뜨거워도 아 뜨거 아 뜨거 하면서 삶은달걀을 안 놓습니다. 바지런히 손을 놀리면서 껍질을 벗깁니다. 삶은달걀을 맛있게 먹고 싶은 마음으로 신나게 손을 놀립니다.

  어떤 사진을 찍으면 될까요? 바지런히 손을 놀려서 단추를 신나게 누를 만한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찍고 또 찍어도 질리지 않거나 물리지 않을 만한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쉬지 않고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사진을 찍으면 되고, 기쁘게 노래가 흘러나올 만한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그러면 어떤 사진이 나한테 즐겁거나 기뻐서 손을 신나게 놀릴 만할까요? 어디에서 사진을 찍을 적에 손을 바지런히 놀릴 만할까요?

  사진감은 남이 골라 줄 수 없습니다. 내가 내 삶을 스스로 살피면서 헤아려야 합니다. 언제 즐겁고 기쁜지 스스로 알아채야 합니다. 즐겁거나 기쁜 일이 없다면 사진을 찍지도 못할 뿐 아니라, 여느 때에 웃을 일도 드물고 노래가 흘러나오지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나 스스로 내 모습을 살펴야 합니다. 언제 신나게 웃고 언제 기쁘게 노래하며 언제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우는지 알아채야 합니다. 내 사진은 내가 웃고 노래하면서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우는 자리에서 바지런히 손을 놀리면서 찍을 수 있습니다. 4347.1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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