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과 싹과 나무와 가랑잎



  나무씨가 떨어진다. 나무가 맺는 씨이니 ‘나무씨’이다. 나무씨는 폭신폭신한 흙 품에 안겨 찬찬히 뿌리를 내린다. 모든 나무씨가 뿌리를 내리지는 못하지만, 얼른 깨어나서 씩씩하게 자라고 싶은 씨앗이 뿌리를 내린다. 커다란 어미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니, 커다란 어미나무가 드리우는 그늘을 즐기면서 자라기도 한다. 왜냐하면, 바로 이 어미나무가 있어서 제(나무씨)가 흙 품에 안길 수 있었으니까.


  어미나무는 잎을 잔뜩 떨군다. 어미나무가 떨군 가랑잎은 여리고 어린 나무씨가 흙 품에 한결 포근히 깃들도록 돕는다. 조그맣디조그마한 씨앗 한 톨은 따사로운 어미나무 품에 안기고, 촉촉하고 포근한 흙 품에 안기면서 꿈을 꾼다. 무럭무럭 자라는 꿈을 꾼다. 숲을 이루는 꿈을 꾼다. 푸르게 노래하는 꿈을 꾼다.


  씨앗은 나무가 되고 싶다. 씨앗은 숲이 되고 싶다. 씨앗은 사랑이 되고 싶다. 모두를 사랑하고 모두한테서 사랑받는 아름드리나무가 되고 싶다. 4347.12.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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