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고등학교
시골에 있는 고등학교를 바라본다. 시골에 있는 고등학교는 논밭 옆에 있고, 크고 작은 멧자락에 둘러싸인다. 조금만 나가면 바다가 있다. 조금만 가면 들이 있다. 창문을 열면 나무가 베푸는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불을 끄면 새까만 하늘에 가득한 별빛을 누릴 수 있다. 시골에도 자동차가 다니니 자동차 바퀴소리를 듣지만, 시골에서 늘 듣는 소리는 풀벌레와 새와 개구리와 바람이 들려주는 노래이다. 요즈막에는 기계 움직이는 소리가 드높지만, 지난날에는 누구나 들에서건 길에서건 집에서건 마을에서건 노래를 불렀다. 시골살이란 노래살이요, 시골살이란 시골노래라고 할까.
시골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와 어른은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누린다. 시골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와 어른은 하얗게 흐르는 구름을 누린다. 시골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와 어른은 푸른 들과 숲과 멧골을 누린다. 4347.1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