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37) 하게 되다(입음꼴·피동) 2
경호원 여우 아저씨들은 그림을 그리는 동안 순찰을 돌게 되는데, 물감을 쓰거나 어른이 도와주는 그림은 다 빼앗아서 찢어 버립니다
《이정록-미술왕》(한겨레아이들,2014) 11쪽
순찰을 돌게 되는데
→ 돌아보는데
→ 돌아다니는데
→ 둘러보는데
→ 살펴보는데
→ 살피며 다니는데
…
이 보기글에서는 “순찰을 돌게 되는데”를 “순찰을 도는데”로 고쳐야 올바릅니다. “-게 되다” 꼴로 적으니 글투가 엉성합니다. 조금 더 살펴서, 한자말 ‘순찰(巡察)’을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사정을 살핌. ‘돌아봄’으로 순화”처럼 풀이합니다. 한국사람이 쓸 낱말이 아니라고 풀이하는 셈인데, ‘순찰’이라는 한자말을 쓰는 어른이 무척 많습니다. 알맞게 ‘돌아봄’으로 고쳐쓰는 어른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보면 “순찰을 돌다” 같은 보기글을 싣습니다. “돌아봄을 돈다”라 말하는 꼴입니다. 아무래도 말이 안 됩니다. “순찰을 돌다”가 아니라 “돌아보다”나 “살피며 돌다”처럼 고쳐써야 올바릅니다.
사건 발생 지역 주변을 순찰하다
→ 사건이 난 곳 둘레를 돌아보다
→ 말썽이 터진 곳 둘레를 돌아보다
순찰을 나가다
→ 돌아보러 나가다
→ 둘러보러 나가다
→ 살피러 나가다
우범 지역의 순찰을 크게 강화하였다
→ 범죄가 잦은 곳을 자주 돌아보기로 했다
→ 범죄가 날 만한 곳을 자주 살피기로 했다
이 보기글을 곰곰이 더 생각합니다. ‘경호원 여우 아저씨’는 남이 시킨 일을 받아서 합니다. 스스로 하고 싶어서 ‘돌아보(순찰을 돌)’지 않습니다. 다른 이가 여우 아저씨더러 돌아보라고 시켰기에 돌아봅니다. 그러면, 이러한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돌아보는 일을 맡았는데”라든지 “둘러보는 일을 하는데”처럼 적든지 “그림을 그리는 동안 (○○가) 경호원 여우 아저씨한테 돌아보라고 시켰는데”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4347.12.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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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원 여우 아저씨들은 그림을 그리는 동안 돌아보는데, 물감을 쓰거나 어른이 도와주는 그림은 다 빼앗아서 찢어 버립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