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51) 칠하다漆 3


크레파스를 꾹꾹 눌러서 칠하란 말이야

《이정록-미술왕》(한겨레아이들,2014) 15쪽


 꾹꾹 눌러서 칠하란

→ 꾹꾹 눌러서 그리란

→ 꾹꾹 눌러서 바르란

→ 꾹꾹 눌러서 쓰란

 …



  그림을 그립니다. 아이도 어른도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을 그릴 적에는 붓을 쓰기도 하고, 연필을 쓰기도 하며, 물감을 쓰기도 합니다. 그림을 그릴 적에는 종이에 여러 가지 빛깔을 입힙니다. 빨간 크레파스를 쓰면 빨간 빛깔을 입힙니다. 파란 물감을 쓰면 파란 빛깔을 입힙니다. 까만 연필을 쓰면 까만 빛깔을 입힙니다.


  아이는 어른이 쓰는 말을 물려받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아이 곁에서 어른이 “네가 그린 빨강이 참 곱구나” 하고 말하면 아이는 “네가 ‘그린’”이라는 말마디를 들으면서 말을 익힙니다. 둘레에서 어른이 “네가 칠한 풀빛이 이쁘구나” 하고 말하면 아이는 “네가 ‘칠한’”이라는 말마디를 들으면서 말을 배웁니다.


  어느 한 가지 말을 배워야 올바르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국말은 ‘그리다’입니다. 한국말은 ‘그리다’를 비롯해서 ‘입히다’와 ‘바르다’와 ‘묻히다’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쓰다’라는 낱말을 넣습니다.


  ‘그리다·입히다·바르다·묻히다·쓰다’는 느낌과 뜻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림으로 이루는 빛깔과 모양은 그때그때 다르기 마련이니, 어느 낱말을 골라서 넣느냐에 따라 그림을 이루는 모습뿐 아니라 그림을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漆하다’라는 외마디 한자말을 쓰면 이도 저도 아닙니다. 그저 뭉뚱그릴 뿐입니다.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옳게 써야 말빛을 살립니다. 한국말을 제대로 익혀서 써야 말느낌을 살립니다. 한국말을 올바로 살펴서 써야 말넋을 살찌웁니다. 4347.12.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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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파스를 꾹꾹 눌러서 그리란 말이야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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