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11.27.

 : 바쁜 날



- 바쁘구나 바뻐 하고 노래를 한다. 금요일에 비가 오겠구나 싶어 두꺼운 옷가지와 아이들 옷가지를 잔뜩 빨래해서 마당에 넌다.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 주고, 우체국에서 가서 부칠 소포를 싸며,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 어귀 빨래터에 가서 신나게 물이끼를 치운 뒤, 도서관에 들러서 이것저것 손보고는, 다시 자전거를 달려 우체국으로 간다. 바쁘게 여러 일을 몰아치다 보니 ‘빨래터 치우기’를 할 적에 ‘물놀이를 하고프던 아이들’한테 다음에 물놀이를 하자고 이야기한다. 우리 아이들은 한겨울에도 빨래터 차가운 물에 들어 가서 물놀이를 즐긴다. 늦가을 빨래터 찬물쯤이야 대수롭지 않다.


- 우체국에 닿으니 숨을 돌릴 만하다. 아니, 숨을 돌린다. 이제 오늘 하루 바쁜 일은 다 끝냈구나 싶다. 면소재지 가게에 들러 아이들더러 과자를 한 점씩 고르라고 한다. 집으로 돌아가다가 면소재지 기름집을 흘깃 쳐다보니, ‘보일러 등유’값이 1100원이 되었다. 지난달에는 1150원이더니 50원이 내린다. 이제 겨울 문턱이니 우리 집 보일러에도 기름을 200리터는 넣어야 할 텐데, 22만 원을 모아야 하는구나.


- 볕과 구름과 하늘과 들이 사이좋게 어울리는 가을길을 달린다. 두 아이가 함께 노래하다가 작은아이는 곯아떨어진다. 큰아이와 나랑 노래를 부르면서 천천히 집으로 달린다. 구름을 보고 들을 보며 달린다. 나는 자동차를 딱히 싫어하지만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왜 자동차를 그리 안 좋아하는지 문득 깨닫는다. 나는 이렇게 온몸으로 바람을 쐬면서 천천히 달리기를 즐긴다. 앞으로 내가 자동차를 몰 일이 있다면, 뚜껑이 없는 자동차를 천천히 달리면서 하늘을 보고 들을 보며 바람을 실컷 쐬고 싶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