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가르쳐 준 것
기무라 아키노리 지음, 최성현 옮김 / 김영사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기적의 사과
奇跡のリンゴ, Miracle Apples, 2013


  나무를 심어서 오래오래 벗으로 삼지 않은 사람은 〈기적의 사과〉라는 영화를 보든 《사과가 가르쳐 준 것》이라는 책을 읽든, 가슴으로 울리는 이야기가 얼마나 될까 잘 모르겠다. 그러나, 가슴으로 울리는 이야기가 없더라도 ‘나도 나무를 길러야겠다’ 같은 생각이라든지 ‘나도 숲을 가꾸어야겠다’ 같은 생각이라든지 ‘나도 시골에서 조용하고 아름다우며 푸르게 살아야겠다’ 같은 생각을 북돋울 수 있을까.

  오늘날 도시 문명사회에서는 ‘기적 같은 사과’라 말하지만, 지난날에는 지구별 어디에서나 모든 사과가 ‘기적’이었다.

  생각해 보라. 지난날에 누가 농약을 썼는가? 지난날에 누가 화학비료를 썼는가? 지난날에 누가 기계나 기름을 썼는가? 지난날에 누가 땅뙈기에 바보짓을 했는가? 지난날에는 능금뿐 아니라 배도 포도도 딸기도 복숭아도 수박도 모두 아름답고 알차며 맛나고 사랑스러웠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손수 흙을 일구어 밥을 지어 먹었기에 언제나 가장 맛있고 좋은 숨결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숲에 둘러싸인 터전에서 보금자리를 일구었으니 늘 가장 푸르며 맑고 사랑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었다.

  영화 〈기적의 사과〉는 ‘기무라 아키노리’라는 일본 시골지기가 ‘능금 한 알’을 어떻게 키울 적에 가장 맛있으면서 알찰 뿐 아니라 흙과 숲을 살리고 우리 몸까지 살찌울 수 있는가 하는 대목을 슬기롭게 보여준다. 기무라 아키노리라는 시골지기가 처음에 얼마나 바보스러웠는가를 낱낱이 보여주고, 기무라 아키노리를 둘러싼 시골지가 누구나 ‘가장 아름다우면서 멋지고 좋은 길’을 다 알기는 하지만 제대로 깨우치지 못해서 기쁘게 시골일로 맞아들이지 못하는 대목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뻔하지 않을까?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숲속에서 나는 숲열매는 대단히 달고 맛나면서 몸에 좋다. 사람 손이 닿는 곳에서 자라는 남새는 그리 달지 않고 맛나지 않은데다가 몸에도 안 좋다. 생각해 보라. 겨우내 비닐집에서 기름을 때서 유기농으로 거두는 토마토하고, 맨땅에서 해와 바람과 비를 먹으면서 자란 토마토하고, 어느 쪽이 우리 몸에 기쁘게 스며들겠는가. 노래 한 가락 듣지 못하는 논에서 기계와 농약과 비료만 먹고 자란 쌀하고, 들노래와 아이들 노래와 멧새 노래와 개구리랑 풀벌레 노래까지 골고루 듣는 논에서 사람 손길을 탄 쌀하고, 어느 쪽이 맛나면서 우리 몸에 사랑스레 스며들겠는가.

  오늘날 사람들은 스스로 손을 놀리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기적을 놓치거나 잃거나 잊는다. 오늘날 사람들도 스스로 손을 놀리면서 삶을 가꾸면 언제나 스스로 기적을 짓거나 부르거나 가꿀 수 있다. 삶이 기적이면 능금알은 언제나 기적이다. 4347.11.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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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브이디가 없기에
기무라 아키노리 님 책에 영화비평을 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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