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공부를 할 생각이 지지리 없이 혼자 잘난 멋에 순정만화를 그리겠다고 바보스레 생각하던 고등학교 3학년 철부지가 어떻게 대학생이 되고 만화가 한길을 걸을 수 있었는가를 돌아보는 《그리고, 또 그리고》 첫째 권을 읽는다. 히가시무라 아키코 님은 ‘엽기 순정만화’를 그리는 사람이다. 나와 나이가 같은 만화가이기에 조금 더 눈길이 간다. 내가 어릴 적에 하늘을 볼 적에 이 사람도 하늘을 보았을 테고, 내가 동무들과 뛰놀았을 적에 이 사람도 동무들과 뛰놀았을 테지. 내가 서른 살이었을 적에 이 사람도 서른 살이었을 테고, 내가 마흔 줄로 접어들었을 적에 이 사람도 마흔 줄로 접어들었을 테지. 예전 작품부터 《그리고, 또 그리고》를 곰곰이 들여다보면, 이녁은 새로운 만화를 그리면서 조금씩 발돋움한다. 그리고 또 그리면서 차근차근 새로운 만화를 알아차린다. 그리고 또 그리면서 만화를 새롭게 배운다. 나는 이 ‘만화가 아줌마’가 이제껏 그린 만화보다는 앞으로 그릴 만화를 지켜본다. 왜냐하면 앞으로 그릴 만화가 훨씬 많을 테고, 이제껏 그린 만화에서는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앞으로 담을 수 있을 테니까. 나이를 좀 먹고 돈을 좀 벌고 이름값 좀 날린 여러 ‘중견 만화가’나 ‘인기 만화가’ 가운데에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 할 만한 이야기와 줄거리를 우려먹기도 하는데, 이 ‘만화가 아줌마’는 ‘우려먹는 만화’는 스스로 자존심을 갉아먹는 짓이라고 여겨서 안 하리라 느낀다. 앞으로도 씩씩하게 그리고 또 그릴 수 있기를 빈다. 4347.11.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 그리고, 또 그리고 1
히가시무라 아키코 지음, 정은서 옮김 / 애니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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