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81] 아끼는 마음

― 풀내음 맡는 이곳에서



  톱질을 하는 어버이 곁에 서는 아이들은 톱질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톱은 아직 저희가 손에 댈 수 없는 줄 알아차리면서 바라봅니다. 그러나 톱을 만지고 싶고, 저희도 톱으로 무엇인가 켜고 싶습니다.


  망치질을 하는 어버이 옆에 서는 아이들은 망치질을 가만히 쳐다봅니다. 망치는 아직 저희한테 무거워 망치질을 시늉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망치를 쥐고 싶으며, 저희도 망치고 무엇인가 박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저희 몸에 맞는 것을 차근차근 찾아서 즐깁니다. 단추꿰기를 익히고, 옷입기를 익힙니다. 손발씻기를 익히고, 설거지를 익힙니다. 작은 심부름을 해내고, 제법 무거운 짐을 함께 나릅니다.


  아이들은 작은 손과 몸으로 작은 일을 거듭니다. 아이한테 커다란 일을 맡기거나 짐을 지우는 어른은 없습니다. 아이는 조그마한 일을 살짝 거들 뿐이지만, 어른은 아이가 보여주는 사랑스러운 손길을 느끼면서 새롭게 힘을 얻습니다.


  큰아이는 작은아이를 돌보고 아낍니다. 어버이는 아이들을 모두 돌보면서 아낍니다. 투박하고 커다란 손으로 아이들을 어루만집니다. 큰아이는 작은아이보다 살짝 큰 손으로 동생을 포근히 어루만집니다.


  서로 아끼는 마음입니다. 서로 아끼는 마음을 키우는 삶입니다. 서로 아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새롭게 누리는 삶입니다. 풀내음을 맡고 나뭇가지를 쓰다듬는 까닭도, 내가 나를 아낄 뿐 아니라 한식구와 이웃과 동무를 모두 아끼려는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고 싶기 때문입니다. 내 땅을 내가 가꾸면서 두 발로 씩씩하게 설 때에 마음속에서 새로운 씨앗이 움트는 기운을 느낍니다. 4347.11.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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