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가 쥔 밥숟가락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다가 큰아이 손을 문득 바라본다. 연필을 쥐고 크레파스를 잡기도 하는 손으로 숟가락과 젓가락을 쥔다. 마당에서 꽃삽을 쥐고 땅을 쪼며 놀기도 하고, 나무를 탄다며 용을 쓰기도 하며, 길다란 대나무를 들고 놀기도 한다. 책을 쥐기도 하고, 동생 옷을 입히려고 거들기도 하며, 곧잘 설거지를 하겠다며 소매를 걷어붙이기도 한다. 비질을 돕는 손이면서, 아버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기도 하는 손이다. 자전거를 타는 손이면서, 짐을 나르는 손이요, 피리를 쥐는 손이다. 온갖 일과 놀이를 마음껏 즐기는 고운 손이다. 4347.11.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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