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28) 속 42
사람들은 참 대단해 / 어떻게 공기 속에서 숨을 쉬지 // 철퍼덕, 물속으로 들어간 숭어가 / 꼬르르륵, 공중에서 참았던 숨을 쉰다
《함민복-바닷물 에고 짜다》(비룡소,2009) 17쪽
공기 속에서 숨을 쉬지
→ 물 바깥에서 숨을 쉬지
→ 공기가 있는 곳에서 숨을 쉬지
→ 공기에 둘러싸여 숨을 쉬지
…
어린이가 읽도록 쓴 시에 적은 보기글을 읽습니다. 어린이는 이 시를 읽으면서 어떤 말을 배울 만한지 곰곰이 생각합니다. 보기글을 잘 살피면, “공기 속에서”라고도 적지만, “공중에서 참았던”이라고도 적습니다. “공기 속”과 “공중”은 같은 말인 셈입니다.
‘공기(空氣)’는 “지구를 둘러싼 대기의 하층부를 구성하는 무색, 무취의 투명한 기체”라 하고, ‘공중(空中)’은 “하늘과 땅 사이의 빈 곳”이라 합니다. 이 보기글을 돌아본다면, 물고기가 보기에 사람은 “공기 속에서 살며 숨을 쉰다”고 할 만합니다. 물고기는 물속에 있다가 펄쩍 뛰어서 물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이때에 “공중으로 떠올랐다”고 할 만합니다.
한국말사전을 다시 들추어 ‘바람’이라는 낱말을 찾아보면, “기압의 변화 또는 사람이나 기계에 의하여 일어나는 공기의 움직임”으로 풀이합니다. 그런데, 한국사람은 예부터 ‘바람’이라는 낱말과 ‘하늘’이라는 낱말만 알고 썼지, ‘공기’나 ‘공중’ 같은 한자말은 알지도 못했고 쓰지도 않았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바람이 멎습니다. 바람이 고요합니다. 이 말은 무엇을 나타내거나 가리킬까요? 바람이란 바로 ‘공기’라는 뜻입니다. 바람이 들어오고, 바람이 샌다고 할 적에도 ‘공기’를 가리킵니다. 바람이 따스하거나 바람이 춥다고 할 적에는, 흐르는 바람뿐 아니라 제자리에 멈춘 바람을 함께 가리킵니다.
바람에 둘러싸인 사람
바람에 둘러싸여 사는 사람
공기에 둘러싸인 사람
공기에 둘러싸여 사는 사람
사람은 “공기 속”에서 살지 않습니다. “공기에 둘러싸여” 삽니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산다”고 하지요. 이때에는 물고기가 ‘물이 고인 곳 안쪽에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물속’이라는 낱말을 씁니다.
물이 아닌 뭍에서 우리는 우리 모습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바람 속”이나 “공기 속”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바람 속에 들어가거나 공기 속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지구에 사는 우리는 “지구 속에 산다”고 하지 않고 “지구에 산다”고 합니다.지구별 땅거죽에서 살기에 “지구에 산다”고 할 만하지만, 땅거죽 밑을 파헤쳐서 안쪽 깊은 데에서 산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지구별에 삽니다”처럼 말합니다.
“나는 서울에 살아요”나 “나는 한국에 살아요”처럼 말합니다. “나는 집에 살아요”나 “나는 내 방에서 책을 읽어요”처럼 말합니다. “서울 속에서 산다”나 “집 속에 산다”나 “방 속에서 책을 읽어요”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속’이라는 낱말은 써야 할 곳이 아니라면 아무 데에나 함부로 쓰지 않습니다.
물 바깥에서 숨을 쉬는 사람
물밖에서 숨을 쉬는 사람
이 동시를 다시 생각합니다. 글쓴이는 이 동시에서 물고기 눈길로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그러니, 물고기 눈길로 제대로 바라보려 한다면, “공기 속에서 숨을 쉬는 사람”이 아닌 “물 바깥에서 숨을 쉬는 사람”으로 바라보아야 옳지 싶습니다. 그리고, 이 동시에서 ‘물속’이라는 낱말을 쓰니, 물고기 눈길에서 볼 적에는 ‘물밖’이라는 낱말을 새로 지어서 쓰면 한결 잘 어울리리라 느낍니다. 왜냐하면, ‘물속’이라는 낱말은 사람 눈길로 보면서 지은 낱말이기 때문입니다. 물고기가 물에서 보는 눈길이라면, “물고기는 물에서 산다”고 해야 옳습니다. 4347.11.2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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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참 대단해 / 어떻게 물 바깥에서 숨을 쉬지 // 철퍼덕, 물속으로 들어간 숭어가 / 꼬르르륵, 물밖에서 참았던 숨을 쉰다
“공기 속”은 “물 바깥”이나 “물밖”으로 고쳐씁니다. “공중(空中)에서 참았던 숨”은 “물밖에서 참았던 숨”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