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와 루시>라는 영화는 디브이디가 없어서
켈리 레이차트 님 다른 영화에
이 느낌글을 걸친다.
www.wendyandlucy.com
이 영화와 얽힌 누리집이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디브이디를 장만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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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와 루시
Wendy And Lucy, 2008
켈리 레이차트
마음을 나누며 사랑하는 이하고 어디에서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한집에서 함께 지낼 수 있을 때에 가장 기쁘다고 할 만하다. 한집에서 함께 지내지 못하더라도 늘 그리고 떠올리면서 생각할 수 있으면, 가슴 한켠이 아프더라도 저마다 살아갈 기운을 낼 만하다.
한집에서 지내더라도 마음을 나누지 못하거나 사랑을 속삭이지 못한다면 삶이 기쁘지 않다. 서로 멀리 떨어지는 바람에 얼굴을 한 번 보기조차 힘들더라도 늘 마음으로 아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삶에 기쁨이 흐를 수 있다.
나는 내 곁에 누가 있기에 기운을 내는가. 나는 내 곁에 누가 없기에 기운을 잃는가. 나는 누구한테 기운을 북돋아 주는가. 나는 누구한테 즐거움이나 기쁨을 베푸는가.
영화 〈웬디와 루시〉에는 웬디와 루시가 나온다. 웬디는 일자리가 없는 아가씨이고, 루시는 웬디와 함께 지내는 개이다. 웬디는 일자리가 없을 뿐 아니라 먹을것도 없으며 개한테 줄 밥을 마련하기 어렵다. 도무지 어떻게 할 수 없구나 싶어 가게에서 먹을것을 훔치려 하지만 붙잡힌다. 웬디를 기다리던 개 루시는 그만 웬디를 만나지 못하면서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
한 번 헤어진 웬디와 루시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손전화뿐 아니라 집전화도 없는 웬디는 루시를 찾을 수 있을까. 그만 웬디하고 떨어져서 먼 데로 가야 하는 루시는 이리저리 떠돌아야 하는 웬디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헤어지고 만 두 숨결을 잇는 끈은 무엇일까. 헤어지고 만 두 숨결은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까.
웬디는 배를 곯지 않으면서 일자리를 얻을까. 루시는 먹이를 잘 챙기고 넓은 마당을 둔 집에서 지내면 삶이 즐거울까. 가녀린 두 숨결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마음을 나누며 사랑하는 사이가 갈라져야 한다면 앞으로 어떠한 삶이 펼쳐질는지 아무도 모른다.
웬디와 루시가 조용하면서 느긋하게 지낼 수 있는 보금자리는 이 지구별에서 어디에 있을까. 조그마한 두 숨결이 날마다 기쁘게 노래하면서 오순도순 지낼 만한 조그마한 집과 땅은 이 지구별 가운데 어디에 있을까. 참말 아주 조그마한 집과 땅이면 되는데. 밥 한 그릇 함께 나누면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들판을 달릴 수 있으면 되는데. 4347.11.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