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하루
글을 쓸 적에는 언제나 ‘쓰고 싶은 글’을 써야 합니다. 쓰고 싶은 글이 아닐 때에는 안 써야 옳습니다. 쓰고 싶은 글이 아닌데 억지로 쓰려고 하니 글이 흔들리거나 어수선합니다. 쓰고 싶지 않은 글을 굳이 쓰려고 하니 딱딱하거나 재미없습니다.
밥을 먹을 적에는 언제나 ‘먹고 싶은 밥’을 먹어야 합니다. 먹고 싶지 않은 밥일 때에는 안 먹어야 맞습니다. 먹고 싶은 밥이 아닌데 억지로 먹으려고 하니 뱃속이 힘듭니다. 먹고 싶지 않은 밥을 굳이 먹으려고 하니 배앓이를 할 뿐 아니라, 배앓이를 하느라 다른 일까지 못합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을 사랑합니다. 아무나 사랑하지 않습니다. 제비뽑기를 하듯이 아무나 골라뽑아서 사랑하지 않습니다. 내 마음을 따스히 건네면서 사랑을 합니다. 내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따스한 숨결을 나누면서 사랑을 합니다. 그러나, 마음에도 없는 사람을 사랑하겠노라 나서면 몸도 마음도 흔들리면서 아파요. 마음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면서 삶을 함께 가꿀 때에 비로소 기쁘게 웃고 노래합니다.
글을 쓰는 까닭은, 글을 써서 즐겁게 웃고 기쁘게 노래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글을 써서 이웃한테 읽히려는 까닭은, 내가 사랑하는 이웃한테 내 마음을 살포시 담은 글을 선물처럼 건네면서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어떤 글을 쓰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느냐 하는 대목을 살펴야 합니다. 글을 어떤 길이로 쓰느냐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떤 사랑을 실어서 글을 쓰려는지 곰곰이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글을 쓰는 하루를 돌아봅니다. 우리는 저마다 삶을 지어서 찬찬히 누립니다. 이러한 삶을 가만히 되새기면서 기쁨으로 벅찬 노래를 부르지요. 삶을 누리고 되새기면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글 한 꼭지는 저절로 태어나면서 시나브로 환하게 빛납니다. 4347.11.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