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11.18.
: 늦가을 그림자
- 우체국에 가려고 자전거를 꺼낸다. 두 아이 모두 두툼한 겉옷을 입는다. 작은아이는 아직 겉옷을 입혀 주어야 하지만 머잖아 혼자서 입을 수 있겠지. 여름이 끝나고 막 가을로 접어들었을 적에는 가을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싶더니, 가을이 깊은 요즈음은 이럭저럭 가을바람도 맞을 만하다고 느낀다. 몸이 찬찬히 달라진다. 가을이 있은 뒤에 겨울이 오기에 우리 몸은 겨울을 맞이하도록 다시금 달라지지 싶다.
- 논둑길 흙이 딱딱하다. 자전거가 덜컹거린다. 첫가을까지만 해도 논둑길에 떨어진 흙을 밟으면 흙이 보드랍게 퍼졌으나, 이제는 논둑길 흙이 퍼지지 않는다. 딱딱한 돌덩이 같다. 아이들은 자전거가 쿵쿵거리니 재미있다. 논도랑에서 자라는 억새를 살피고, 도랑물이 흐르는 곳에서 자라는 갈대를 살핀다. 일곱 살 시골순이는 억새와 갈대가 어떻게 다른지 눈으로도 차근차근 익히겠지.
- 늦가을 그림자가 길다. 해를 마주보고 달릴 적에는 그림자가 얼마나 긴지 못 느끼다가, 해를 등지고 달릴 적에 늦가을 그림자를 또렷하게 느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아이가 드디어 잠든다. 새근새근 달게 잔다. 이제는 좀 춥다고 느끼는 듯하다. 며칠 앞서까지 작은아이는 옷자락을 치우더니 오늘은 고개만 빼꼼 내민 채 옷자락을 덮고 잔다. 다음부터는 두꺼운 옷자락으로 덮어야겠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