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나무 가을잎 (단풍잎)



  큰아이가 단풍나무 가을잎을 줍는다. 무슨 잎이니 하고 물으니 “음, 빨간나무 잎!” 하고 말한다. 일곱 살 아이한테 ‘단풍나무’라고 꾸준히 말하지만 ‘단풍’이라는 이름을 좀처럼 떠올리지 못한다.


  ‘단풍’이라는 이름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우리는 으레 “붉게 물든다”라든지 “빨갛게 물든다”처럼 말한다. 그런데, 정작 나무한테는 ‘단풍나무’라는 이름을 준다. ‘붉나무’가 따로 있다. 가을에 잎이 붉기에 ‘붉나무’라 하는데, ‘단풍나무’라는 나무도 가만히 보면 ‘붉나무’라 할 만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여러 “붉은잎 나무”를 가를 수 있도록 ‘큰붉나무’라든지 ‘일곱잎붉나무’라든지 ‘별붉나무’처럼 새롭게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아니면 ‘빨간나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된다.


  일곱 살 아이는 언제나 ‘빨간나무’라고 말한다. 앞으로 여덟 살이나 아홉 살이 되면 여느 어른들처럼 ‘단풍나무’라는 이름을 머리에 새길 수 있다. 문득 내 어릴 적을 떠올린다. 내 예닐곱 살 즈음 둘레에서 어른들이 ‘단풍나무’라 하면 “아하, 빨간잎 나무!” 하고 알아채는데, ‘빨간 잎’인 나무를 ‘단풍’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생각해 내어 말을 하려니 퍽 힘들었다. 그리고, 열 살이 넘고 열서너 살이 되기까지 ‘단풍’이 왜 ‘단풍’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고 보면, ‘붉잎나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나무 한 그루를 마주하면서 꼭 알맞으면서 사랑스러운 이름을 붙이려고 하는 마음이 차츰 사라지는 듯하다. 4347.11.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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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11-21 14:21   좋아요 0 | URL
참 곱습니다.^^

숲노래 2014-11-21 18:03   좋아요 0 | URL
하도 곱기에
이렇게 사진으로도 남겼어요!
예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