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115. 우리가 듣는 노래 (2014.9.25.)
노래가 흐른다. 아이들이 ‘노래 그림책’을 만지작거리니, 기계에 갇힌 노래가 끝없이 똑같은 가락으로 흐른다. 노래가 흐른다. 아이들은 노래 그림책을 만지작거리면서 저희끼리 늘 다른 가락으로 노래를 부른다. 노래가 흐른다. 노래 그림책을 만지작거리는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 적에, 마당 한켠에 선 우람한 나무가 가지를 흔들면서 노래를 부른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서 노래한다. 풀벌레가 둘레에서 노래한다. 개구리도 노래를 한다. 마을고양이 몇 마리가 시끄럽다고 느끼는지, 우리 집 처마 밑 종이상자에 앉아서 낮잠을 자다가 길게 하품을 하며 다른 데로 간다. 아이들은 노래 그림책을 만지작거릴 뿐이지만, 수많은 노래가 골고루 흐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