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앞에 서면
책방 앞에 서면 살짝 떨린다. 오늘 이곳에서 어떤 책을 새롭게 만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설렌다. 나는 어떤 책을 만날까. 나는 어떤 책을 손에 쥘까. 나는 어떤 책을 어떻게 읽으면서 어떤 마음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책방 문을 열고 들어서기까지 나한테 찾아올 책을 알 수 없다. 새책방에서든 헌책방에서돈 모두 같다. 새로 나온 책 가운데 신문이나 방송이나 인터넷 어디에서도 눈길을 받지 못한 책이 있기 마련이고, 헌책방 책시렁에 놓인 책 가운데 이제껏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책이 있기 마련이다. 어느 책을 마주하든, 책을 알아볼 몫은 나한테 있다. 책을 아끼고 사랑할 사람은 바로 나이다.
책방 앞에 서면 큰숨을 한 차례 들이마신다.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뒤 눈을 즐겁게 다시 뜬다. 이러고 나서 책방 문을 연다. 기쁜 목소리로 책방지기한테 인사를 한 뒤 가방을 내려놓는다. 홀가분한 몸으로 책시렁을 찬찬히 둘러본다. 4347.11.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