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91. 네가 바라보며 아끼기에



  우리 집 아이들이 늘 바라보면서 아끼는 작고 노란 꽃이 있습니다. 마당 한쪽에서 자라는 이 꽃은 늘 바라보아 주는 눈길이 있어 싱그럽게 피고 집니다. 늘 생각하고 늘 떠올리며 늘 그리는 숨결이 가까이에 있으니 해사하게 피고 집니다.


  온누리 모든 꽃은 우리가 바라보고 생각하며 아끼기에 피고 집니다. 우리가 바라보지 않고 생각하지 않으며 아끼지 않는다면, 온누리 꽃들은 피지도 못하고 지지도 못합니다. 꽃이 피어나자면 씨앗을 날려야 하고, 땅에 뿌리내려야 하며, 해와 바람과 비를 먹어야 하지만, 이에 앞서 저희를 헤아리는 숨결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아기는 사랑으로 태어납니다. 사랑이 있을 때에 비로소 아기가 태어납니다. 가시내와 사내가 있어야 태어나는 아기가 아니라, 사랑이 서로 만나서 찬찬히 어우러질 때에 비로소 아기가 태어날 수 있습니다. 따사로운 눈길이 있어야 하고, 살가운 손길이 있어야 하며, 푸른 숨결이 있어야 합니다. 그냥 태어나는 목숨은 없습니다. 그냥 자랄 수 있는 목숨은 없습니다. 즐겁게 노래하면서 기쁘게 웃는 마음이 있기에 비로소 새 목숨이 태어나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사진이 태어나는 자리를 생각합니다. 사진기가 있기에 사진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사진을 생각하는 따스한 사람이 있기에 사진이 태어납니다. 사진을 그리는 착한 사람이 있기에 사진이 태어납니다. 사진을 지으려는 꿈을 가슴에 품은 사람이 있기에 사진이 태어납니다. 사진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이 있기에 사진이 태어납니다.


  나 스스로 바라보고 생각할 때에 사진 한 장 얻습니다. 내가 손수 아끼고 사랑할 때에 사진 한 장 빚습니다. 내가 기쁨으로 마주하면서 가꿀 때에 사진 한 장 이룹니다.


  사진을 찍기 앞서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내가 어떤 마음인가에 따라 사진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는 동안 마음을 추스릅니다. 오늘 이곳에서 사진기를 쥔 내 손길에 따라 사진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4347.11.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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