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말 18호 쓰기 (사진책도서관 2014.11.1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 소식지 〈삶말〉 18호를 쓰기로 한다. 지난달에는 어렵게 돈을 모아 소식지를 인쇄소에 맡겼으나, 이달에는 아무래도 돈을 모으기 힘들어 손으로 소식지를 쓴다. 16절 종이 앞뒤로 글을 손으로 또박또박 눌러서 쓰면 손목과 손가락과 팔뚝이 꽤 저리다. 여느 글을 쓸 적에는 그냥 쓰지만, 복사를 해야 하니 글씨가 굵고 짙게 나오도록 힘을 주니 손이 저릴밖에 없다.
한 바닥은 도서관일기와 알림글을 넣는다. 다른 한 바닥은 어떻게 할까 하다가 통그림을 넣기로 한다. 살며시 눈을 감는다. 맨 처음 넣을 그림을 그린다. 마음으로 먼저 그린 뒤 사인펜을 든다. 별을 테두리만 먼저 그린 뒤, 별살이 퍼지는 모습을 그린다. 별살을 일곱 고리로 그리고 나서, 별 몸통에 ‘숲’이라는 낱말을 적는다. 꽃과 제비를 그린 뒤 개미를 그린다. 가시내와 사내 두 아이를 그린다. 별이 베푸는 별비를 그리고, 구름과 해와 눈과 나뭇잎과 씨앗과 물결을 골고루 그린다. 다시금 별을 까맣게 그린 뒤 나무로 해와 아이들을 둘러싸도록 그려 넣는다.
인쇄소에 소식지를 맡기면 사진을 넣을 수 있고, 손으로 소식지를 쓰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복사하는 돈은 얼마나 들까. 200부를 복사해야지.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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