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소리 듣는 글쓰기



  아이와 살면서 연필을 새삼스레 손에 쥔다. 내가 볼펜을 손에 쥐면 아이도 볼펜을 손에 쥐고 싶고, 내가 연필을 손에 쥐면 아이도 연필을 쥐고 싶다. 예전에는 ‘예쁘게 생긴 연필’을 거의 안 들여다보았는데, 요즈음은 문방구에 들를 적에 예쁘게 생긴 연필이 있는가 스윽 살핀다. 이런 캐릭터와 저런 만화를 넣은 연필이 아니라, 그야말로 예쁜 연필을 살핀다. 손에 쥐어 사각사각 글을 빚을 적에 온몸으로 고운 숨결이 퍼지도록 북돋우는 연필이 있는지 가만히 돌아본다.


  연필을 놀릴 적에 흐르는 사각사각 소리란 참으로 즐거우면서 아름다운 소리로구나 싶다. 글을 쓰면서 흐르는 노래라고 할까. 글을 쓰는 사람이 들려주는 노래라고 할까.


  할매가 땅을 쪼는 호미질 소리도 노랫소리이다. 할배가 땅을 찍는 괭이질 소리도 노랫소리이다. 내가 아이들 옷가지를 빨면서 척척 비비고 헹구는 소리도 노랫소리이다. 아이들과 먹을 밥을 차리려고 도마질을 하는 소리도 노랫소리이다.


  살면서 내는 모든 소리는 늘 노랫소리이다. 걸레질을 하고 설거지를 하는 소리도 언제나 노랫소리이다. 자전거가 구르는 소리도 노랫소리이다.


  누구나 손수 노래를 짓는다. 저마다 기쁘게 노래를 부른다. 연필을 놀려 글을 짓는 사람은 노래를 짓는 재주꾼이다. 4347.11.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사진에는 볼펜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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