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121. 2014.11.10. 가을풀 살짝



  우리 집 ‘가을벌레’가 추위를 앞두고 가을풀을 아주 신나게 갉아먹는다. 가을벌레랑 우리 식구랑 ‘누가 먼저 가을풀을 먹느냐’를 놓고 다툰다. 누가 이길까? 이기고 지는 다툼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가을벌레가 먹을 가을풀을 빼앗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른 풀을 먹어도 되지만, 가을벌레는 가을풀 말고 무엇을 먹겠나. 아쉬움을 접고 가을풀 하나 톡 뜯어서 큰아이 밥그릇에 올리는데, 어라 깨알보다 작은 푸른 진딧물 하나가 볼볼 긴다. 큰아이더러 진딧물까지 먹으라 할 수 있지만, 진딧물은 마당에 후 불어서 날린 다음 다시 꽂는다. 큰아이는 “아버지, 이거 봐, 풀나무야, 풀나무.” 하면서 웃고는 냠냠 짭짭 맛나게 먹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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