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 벌레 먹은 괭이밥잎



  괭이밥은 이 가을에도 새로 돋아 꽃을 피운다. 조그맣고 노란 꽃송이를 물끄러미 한참 바라보는데, 동글동글한 잎사귀마다 벌레 먹은 자국이 있다. 괭이밥잎이 맛있는 줄 아는 벌레가 있구나. 이 가을에도 풀은 새로 돋고, 이 가을에도 벌레는 아직 있어, 이렇게 야금야금 갉아먹는구나.


  괭이밥잎을 갉아먹는 벌레는 온몸이 괭이밥 숨결이 되리라. 괭이밥잎을 갉아먹으니 벌레한테서는 괭이밥잎 냄새가 퍼질 테며, 괭이밥잎이 맞아들인 햇볕과 빗물과 바람 냄새가 흐를 테지.


  고구마를 먹은 아이는 고구마 방귀를 뀐다. 감을 먹은 아이는 감 방귀를 뀐다. 고기를 먹은 아이는 고기 방귀를 뀐다. 고구마 방귀에는 고구마 내음이 섞이고, 감 방귀에는 감 내음이 섞이며, 고기 방귀에는 고기 내음이 섞인다.


  몸으로 받아들이는 대로 똥이나 오줌이나 땀이나 방귀가 된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대로 말이나 넋이나 생각이나 마음이 된다. 어떤 밥을 먹을까. 어떤 책을 읽을까. 어떤 이웃을 사귈까. 나는 스스로 이웃한테 어떤 동무가 될까. 4347.11.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