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88. 내가 바라보는 눈빛은



  내가 바라보는 눈빛은 내 마음입니다. 내가 사진으로 담는 빛살과 빛깔은 내 생각입니다.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서리는 목소리는 내 사랑입니다. 마음이 고스란히 눈빛으로 드러납니다. 생각이 찬찬히 사진으로 나타납니다. 사랑이 낱낱이 목소리로 퍼집니다.


  다만, 더 나은 눈빛과 덜 좋은 눈빛은 없습니다. 언제나 우리 눈빛입니다. 오늘 이와 같은 눈빛이었어도, 모레와 글피에는 새로운 눈빛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어제는 맑은 눈빛이 못 되었어도, 오늘은 새롭게 하루를 열면서 맑은 눈빛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눈빛을 가다듬습니다. 가다듬은 눈빛으로 생각을 일굽니다. 생각을 일구어 마음을 따스하게 보듬습니다. 따스한 마음으로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어 찬찬히 거둡니다. 하나씩 돌아보고 살피다 보면, 어느새 내 눈에 온갖 이야기가 들어옵니다. 하나하나 보살피고 아끼다 보면, 어느덧 내 손은 온갖 이야기를 골고루 엮은 꽃송이를 쓰다듬습니다.


  사진찍기는 너와 내가 마음으로 만나서 사랑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에 할 수 있습니다. 사진읽기는 너와 내가 마음으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꿈을 짓는 이야기를 그릴 때에 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고, 많이 읽을 수 있습니다. 사진을 적게 찍을 수 있고, 적게 읽을 수 있습니다. 글을 많이 쓸 수 있고, 많이 읽을 수 있어요. 책을 많이 써낼 수 있고, 많이 읽어 간직할 수 있습니다.


  값비싼 장비를 갖추었기에 꼭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사진으로 담을 이야기를 오롯이 누리는 삶이라 한다면 그저 한 장을 찍으려고 사진기 한 대를 장만할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담을 이야기를 사랑으로 갈무리한다면 사진기가 없거나 사진을 찍지 않아도 마음이 넉넉하고 흐뭇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먼저 할 때에 기쁜지, 바라보고 느끼며 알 수 있으면 됩니다. 4347.11.1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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