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11.12.

 : 골이 띵한 늦가을



- 해질 무렵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우체국에 다녀올까 하다가, 혼자 가기로 한다. 저녁바람이 꽤 드세다. 아이들한테 늦가을 추위를 맛보게 해도 재미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자칫 찬바람 잔뜩 먹고 앓을는지 모른다. 그러면, 어른인 나는? 나는 이런 추위쯤 익숙하니 괜찮다. 아직 장갑을 끼지 않고 다니는 자전거 아닌가.


- 이웃 원산마을 앞을 지날 무렵 어마어마한 까마귀떼를 만난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얼추 보아도 삼백 마리는 훨씬 넘을 듯하다. 빈들에 내려앉은 까마귀떼도 많지만, 전깃줄에 내려앉은 까마귀떼도 많다. 전깃줄이 새까맣도록 내려앉았다. 어디에서 이 많은 까마귀가 한데 모였을까. 겨울을 앞두고 까마귀가 이렇게 무리를 지어서 다니는데, 이듬해 봄이 되면 어느새 뿔뿔이 흩어진다. 네 철 내내 지내던 까치는 갑작스레 나타난 까마귀떼에 질리는지 꽁지를 빼며 날아간다. 아마 까치도 떼를 지으려고 하겠지. 까마귀떼와 까치떼는 서로 먹이를 차지하려고 실랑이를 벌일 테지.


- 면소재지에서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군내버스를 본다. 저녁 다섯 시가 넘는구나. 내 옆을 스친 군내버스가 한참 앞서 달리다가 봉서마을 쪽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멀거니 바라본다.


- 맞바람을 잔뜩 받으며 달린다. 손은 그리 안 시리지만 골이 띵하다. 겨울바람이 멀지 않다. 올겨울에는 꼭 모자를 챙겨서 써야겠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