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93] 긴네모 배추



  배춧잎을 작게 썹니다. 아이들이 한입에 먹을 만하도록 작게 썹니다. 작게 썬 배추를 작은 접시에 담아 밥상에 올립니다. 된장을 젓가락으로 살짝 떼어 작은 배춧잎에 얹어 작은아이와 큰아이한테 하나씩 건넵니다. 작게 썬 배춧잎을 받은 큰아이가 문득 “긴네모네.” 하고 한 마디를 합니다. “그렇구나. 배추가 긴네모 모양이로구나.” 가만히 보니, 배춧잎을 길쭉한 네모 모양으로 잘라서 접시에 담았군요. 큰아이 말을 들은 뒤 곰곰이 생각합니다. 다음에 배추를 반듯한 네모 모양으로 썰어서 접시에 담으면 어떤 모양이라고 말할까요? 일곱 살 아이는 그때에 ‘바른네모’를 떠올릴 수 있을까요? 오늘날 여느 어른들은 길쭉한 네모 모양으로 썰거나 자른 것을 보면 어떤 이름을 맨 먼저 떠올릴까요? 4347.11.1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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