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86. 한 줄기로 흐르는


  빛은 한 줄기로 흐릅니다. 물은 한 줄기로 흐릅니다. 이야기와 사랑과 꿈은 한 줄기로 흐릅니다. 빛은 이리저리 굽지 않습니다. 빛은 곧게 한 줄기로 흐르되, 곳곳으로 퍼집니다. 어디로든 곧게 퍼지면서 흐릅니다. 물 또한 이리저리 굽지 않습니다. 물은 곧게 한 줄기로 흐르되, 곳곳으로 퍼집니다. 어디로든 곧게 퍼지면서 흘러요. 이야기와 사랑과 꿈도 언제나 이와 같다고 느껴요. 따사로운 숨결과 같이 곧게 흐르는 이야기요, 포근한 바람과 같이 곧게 흐르는 사랑이며, 즐거운 노래와 같이 곧게 흐르는 꿈이라고 느낍니다.

  우리가 찍는 사진은 곧게 한 줄기로 흐릅니다. 이곳을 기웃거리고 저곳을 기웃거린다 하더라도, 우리가 저마다 가야 할 길에 따라 곧게 흐르는 한 줄기라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내가 이루려고 생각하는 사진을 이루려면 여러 가지 일을 겪어야 해요. 그래서 이곳도 기웃거리고 저곳도 기웃거립니다. 내 삶을 스스로 갈고닦으려면 온갖 일을 치러야 해요. 그래서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합니다.

  어느 갈래에 서서 어느 사진을 찍든, 우리는 온갖 사진을 다 겪거나 치르면서 배웁니다. 어느 갈래에서 찍는 사진이든 온갖 갈래에서 보여주는 빛과 결과 무늬와 숨결과 소리가 고스란히 흐릅니다.

  꽃을 찍을 적에 사랑스러운 곁님을 바라보듯이 찍습니다. 반가운 이웃을 찍을 적에 우람한 나무 한 그루를 마주하듯이 찍습니다. 아리따운 모델을 찍을 적에 파란 하늘을 하얗게 물들이는 구름을 붙잡듯이 찍습니다. 길거리에서 집회를 하는 이웃을 찍을 적에 너른 들을 샛노랗게 밝히는 가을 나락을 얼싸안듯이 찍습니다.

  사진은 언제나 한 줄기로 흐릅니다. 삶이라는 한 줄기로 흐릅니다. 사진은 모두 한 줄기로 흐릅니다. 삶을 사랑하는 넋으로 빚는 이야기 한 줄기로 흐릅니다. 4347.11.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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