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읽는 책



  사랑을 깊이 생각해서 나 스스로 오롯이 사랑이 되면, 언제 어디에서나 즐거운 하루를 지을 수 있어요. 꿈을 넓게 헤아려서 나 스스로 옹근 꿈이 되면, 늘 한결같이 기쁜 하루를 지을 수 있어요. 생각하는 대로 사랑과 꿈이 됩니다. 생각하는 대로 책을 읽습니다. 어느 책을 손에 쥐든, 내 마음이 사랑이라면, 어느 책을 읽더라도 마음속에서 사랑이 피어납니다. 어느 책을 손에 잡든, 내 마음이 어둡다면, 어느 책을 읽더라도 마음속은 그저 새까맣게 어둡습니다.


  따사롭고 아름다운 줄거리를 다루는 책을 읽어야 내 마음이 따사롭거나 아름답지 않습니다. 퀴퀴하거나 지저분하다는 줄거리를 담은 책을 읽기에 내 마음이 퀴퀴하거나 지저분하지 않습니다. 내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집니다. 내 마음을 스스로 어떻게 건사하느냐에 따라, 어느 책을 읽든 내 마음이 거듭나고, 내 생각이 다시 태어납니다.


  그러니, 어느 책을 읽더라도 사랑으로 읽을 노릇입니다. 마음을 사랑으로 보듬지 않은 채 책을 손에 쥐면, 책을 아무리 많이 장만해서 아무리 많이 읽어도 생각을 사랑스레 짓지 못합니다. 예부터 ‘많이 배운 지식인’이 옳지 않은 길을 자꾸 걸어간 까닭은, 마음짓기를 하지 않은 채 머릿속에 지식만 가득 채웠기 때문입니다. 똑똑하다는 이들은 으레 겉똑똑이였기 때문에, 책은 읽을 줄 알지만 마음은 다스릴 줄 모르기 때문에, 자꾸 덧없거나 바보스러운 짓을 저지르고 맙니다.


  책 한 권 읽은 적이 없거나 학교 문턱을 밟은 적이 없지만, 언제나 맑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책이라는 지식’은 하나도 모르지만, 스스로 마음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면서 돌볼 줄 알기에, 삶을 늘 아름답게 보듬으면서 가꿉니다.


  내 마음이 사랑이 아니라면, 톨스토이를 읽든 박경리를 읽든 최명희를 읽든, 아무것도 내 가슴에 안 남습니다. 내 마음이 사랑이라면, 낱말만 가득한 한국말사전을 읽더라도 내 가슴에 아름다운 사랑이 피어날 수 있습니다. 4347.1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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