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씨 들여다보기



  아침저녁으로 마당을 거닐면서 문득문득 동백나무 안쪽을 들여다본다. 동백씨가 더 있는가 요모조모 살핀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안쪽에 살며시 숨은 씨앗을 찾을 수 있다.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맨발로 마당에서 놀다가 동백나무에 아직 매달린 씨앗을 찾아서 톡톡 떼면서 “씨앗 찾았다!” 하고 외치기도 한다. 숨은 씨앗 찾기라고 할까. 나는 아이들 키가 닿지 않는 자리에서 씨앗을 더 찾아본다. 옳거니, 나도 찾았다! 아이들은 씨앗만 살짝 떼지만, 나는 씨방까지 뗀다. 꽃이 지면서 생긴 씨방을 가만히 마음속으로 그린다. 씨앗이 맺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각한다. 올해까지 동백씨가 맺는 모습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꽃이 지면서 안쪽에 씨방이 굵고, 꽃잎이 마른 뒤에는 씨방이 가운데에서 천천히 앞으로 봉긋 솟는다. 이듬해 봄과 여름과 가을에는 이 얼거리와 흐름을 샅샅이 지켜보고 살피자고 생각한다. 손바닥에 씨앗과 씨방을 모두 올려놓고 오랫동안 쳐다본다. 4347.1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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