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꼍 호박꽃 지다



  호박꽃이 진다. 한쪽에서는 꽃이 지고, 한쪽에서는 꽃이 핀다. 늦가을로 접어들지만, 호박꽃은 그대로 피고 진다. 호박꽃이 진 자리에는 호박알이 차츰 굵는다. 꽃잎이 아직 달린 채 알이 굵는다. 호박씨앗이 이 씨방에서 여물고, 호박씨를 품은 호박알은 천천히 굵을 테지.


  지는 꽃을 쓰다듬고, 굵는 알을 어루만진다. 지는 꽃은 새로운 숨결이 되고, 굵는 알은 새로운 밥이 된다.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바라보는 호박알은 푸르디푸른 몸으로 자란다.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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