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은 ‘짐승’이고, 한자말은 ‘동물’이며, 영어는 ‘애니멀’이다. 한국은 세 나라 말을 쓰는 놀라운 나라이다. 《애니멀 레이키》를 읽다가 문득 생각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레이키’는 일본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자그마치 네 나라 말을 넘나드는 셈이다. 그러면, ‘애니멀 레이키’란 무엇일까. 사람과 함께 사는 짐승을 따순 손길로 다스리면서 돌보는 삶이다. 예부터 우리 겨레는 “어머니 손은 약손”이라거나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 말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얼마든지 약손이 된다. 누나와 오빠와 언니도 얼마든지 약손이 되고, 동생도 약손이 된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藥’이라고 하는 한자가 아직 이 나라에 안 들어왔을 무렵에는 ‘따순 손’이라 말했으리라 느낀다. “할미가 손으로 따숩게 해 주꾸마”처럼 말했겠지. 사람들이 스스로 몸을 다스려서 손에 사랑스러운 기운이 흐르도록 하는 ‘애니멀 레이키’란 ‘따순 손’ 되기요, 다시 말하자면 ‘사랑 손’ 되기이다. 아픈 이를 낳게 하는 힘은 바로 ‘사랑’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이러한 일을 한다면, 집짐승을 보살피는 따순 손길을 나누는 일을 한다면, “집짐승 사랑손”이 되리라 본다. 사랑이 어린 손은 집짐승뿐 아니라 한집 사람들 모두 따사롭게 보듬을 수 있다. 사랑이 담긴 손은 온누리를 골고루 아름답게 보살필 수 있다.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