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78. 내 눈길이 가는 곳



  내 눈길이 가는 곳은 어디인가 곰곰이 헤아립니다. 내 눈길이 가는 곳은 내가 바라보는 곳인데, 나는 무엇을 바라보는지 가만히 생각합니다.


  내 눈길이 가는 곳이라고 해서, 그곳에 있는 모든 것을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이를테면, 책방을 생각해 봅니다. 책방에서 책꽂이 한쪽을 바라본다고 생각해 보셔요. 이때 우리는 어느 책을 바라볼까요? 그저 아무 책이나 바라볼까요? 이때 내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을 테고, 내가 코앞에서 바라보지만 내 눈에 안 들어오는 책이 있어요. 내 눈에 들어오지만 내가 딱히 안 바라는 책일 수 있고, 내 눈에 안 들어왔지만 내가 오랫동안 바라던 책일 수 있어요.


  어느 한 곳을 바라본다고 할 적에 찬찬히 생각을 기울입니다. 내가 바라보는 곳이 참으로 내가 바라보고 싶은 곳인지, 아니면 그저 고개를 돌리다가 문득 본 곳인지, 하나하나 짚습니다. 사진을 찍을 적에 아무 곳에나 사진기를 들이밀면서 찍을 수 없어요. 아무 곳이나 사진으로 찍어 보셔요. 이 가운데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이 한두 장 나올 수도 있지만, 나 스스로 아무 생각이 없이 찍는 사진은 내 마음에 들기 어렵습니다. 무엇을 찍겠노라 생각하면서 바라보고 찍어야 비로소 내 마음을 사로잡는 사진을 스스로 찍습니다.


  사진을 찍고 싶을 때에는, ‘바라보기’부터 합니다. 바라보기를 즐겁게 이룬 뒤에 ‘찍기’가 됩니다. 즐겁게 찍기를 하면, 이제 이 사진 한 장이 내 마음에 ‘아로새기기’가 돼요. 바라보기에서 찍기가 나오고, 찍기에서 아로새기기가 나옵니다. 이 다음은 무엇일까요? ‘이야기’입니다. 이웃과 오순도순 나눌 이야기는 이렇게 태어납니다. 4347.11.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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