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뵌 이오덕 님
어떤 일 하나가 나한테 찾아왔다. 이 일을 맡을까 말까 아직 잘 모른다. 예전에 곁님이 나한테 했던 말을 밤에 문득 떠올린다. 잠을 자면서 꿈에서 이오덕 님을 부르기로 한다. 꿈속에서 이오덕 님한테 몸소 여쭈기로 한다. 지난밤 꿈속에서 아무 스스럼이 없이 버스에서 이오덕 님을 뵌다.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 모르나, 마흔 줄을 조금 넘긴 무척 젊은 이오덕 님이 버스 손잡이를 잡고 앉으셨다. 나는 옆에 앉아서 여쭌다. “선생님은 책을 어떻게 내셨어요?” “나를 내려놓았지.” “나를 내려놓는 일은 뭐예요?” “성경을 보면 나오지.” 꼭 두 마디를 나눈 뒤 이오덕 님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러고는 내 앞에 성경이 놓인다. 다시 아무 스스럼이 없이 성경을 펼친다. 왼손으로 왼쪽을 가린 뒤 살짝 손을 치운다. 손을 치운 자리에 “모든 것을 용서하라.”라는 글월이 보인다.
책을 내는 일이란 나를 내려놓는 일이요, 나를 내려놓는 일이란 모든 것을 용서하는 일인가. 이 말과 뜻을 내 마음에 가만히 새겨 본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4347.11.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