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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폴리노의 모험 ㅣ 비룡소 클래식 20
잔니 로다리 지음, 이현경 옮김, 막심 미트로파노프 그림 / 비룡소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어린이책 읽는 삶 63
아이들이 모험을 하는 곳
― 치폴리노의 모험
잔니 로다리 글
막심 미트로파노프 그림
이현경 옮김
비룡소 펴냄, 2007.4.30.
잔니 로다니 님이 쓴 어린이문학 《치폴리노의 모험》(비룡소,2007)을 읽습니다. ‘치폴리노’는 양파입니다. 양파는 모험을 떠납니다. 양파가 모험을 떠나는 까닭은 아버지를 만나고 싶기 때문이요, 멀리 끌려간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고 싶기 때문입니다.
어린 양파 치폴리노는 멀디먼 길을 나섭니다. 어린 양파 치폴리노는 모험길에 나서면서 수많은 이웃과 동무를 사귑니다. 이웃 가운데에는 바보스러운 이가 있고 슬기로운 이가 있습니다. 동무 가운데에는 엉뚱한 이가 있고 멋진 이가 있습니다. 어린 양파 치폴리노는 모든 이웃과 동무를 눈여겨봅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하면서 씩씩하게 나아갑니다.
치폴리노는 어떻게 이처럼 사랑스러우면서 씩씩할까요? 네, 치폴리노를 낳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사랑스러우면서 씩씩합니다. 두 어버이한테서 피를 물려받았으니 치폴리노도 사랑스러우면서 씩씩합니다.
.. 한번은 그 지방을 다스리는 레몬 영주가 치폴리노가 사는 동네를 지나가게 되었어요. 궁정의 높은 관리들은 몹시 걱정했지요. “가난한 사람들의 냄새를 맡게 되면, 영주님께서 뭐라고 하실까요?” 시종장이 조언했어요. “가만한 사람들에게 향수를 뿌리면 될 겁니다.” 그래서 레몬 병사 열두 명이 마을로 파견되어, 냄새가 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향수를 뿌리게 되었어요 … “그럼 그 사람들이 무슨 나쁜 짓을 했는데요?”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단다. 나쁜 짓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옥에 들어온 거야. 레몬 영주는 착한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아.” … “저는 착한 시민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감옥에 갇히지는 않을 거예요. 뿐만 아니라, 나중에 이곳에 와서 여기 있는 사람 모두를 자유롭게 해 줄 거예요.” .. (8, 15쪽)
우리는 누구나 아이한테 우리 숨결을 물려줍니다. 으레 골을 내는 어버이는 으레 골을 내는 아이를 낳습니다. 언제나 노래하는 어버이는 언제나 노래하는 아이를 낳습니다. 기쁘게 춤출 줄 아는 어버이는 기쁘게 춤출 줄 아는 아이를 낳아요. 예쁘게 웃을 줄 아는 어버이는 예쁘게 웃을 줄 아는 아이를 낳으며, 개구지게 뛰놀며 자란 어버이는 개구지게 뛰놀며 자라는 아이를 낳지요.
그러니까, 아이가 아름답게 자라기를 바라면, 어버이 스스로 아름답게 살면 됩니다. 아이가 돈을 많이 벌기를 바란다면, 어버이 스스로 돈을 많이 벌면 됩니다.
자, 이제 우리 스스로 물어 볼 때입니다. 아름다운 삶이란 무엇일까요? 많이 벌어들일 돈이란 무엇인가요? 어떻게 살아야 아름다울까요? 돈은 어떻게 해야 많이 벌 수 있는가요?
.. “너는 어디서 나온 거냐? 왜 일을 하지 않는 거지?” “난 일을 하지 않아요. 공부를 하고 있지요.” 치폴리노가 말했어요. “뭘 공부하는데? 책은 어디 있지?” “나리, 전 악당들을 공부하고 있답니다.” … 치폴리노는 친구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런 착한 마음을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가 없었어요 .. (35, 121쪽)
마루문에 커튼을 드리우니, 두 아이가 커튼 뒤로 몸을 숨깁니다. 먼저 작은아이가 숨고, 다음으로 큰아이가 숨습니다. 두 아이는 커튼놀이를 합니다. 마당에 이불을 널면, 두 아이는 이불 사이로 파고들어 놉니다. 발만 살짝 나오면서 이불놀이를 합니다. 머리와 몸을 숨기면 저희가 마치 안 보이기라도 하는 줄 여기는데, 이불 사이로 파고든 녀석들이 바깥을 못 볼 뿐, 바깥에서는 녀석들을 훤히 바라봅니다.
여름 내내 아이들은 평상 밑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놀이를 합니다. 일곱 살 어린이는 평상 밑에 들어가기 빠듯하지만, 씩씩하게 들어가서 숨었다가 나옵니다. 네 살 어린이는 평상 밑으로 들어가기에도 수월하고 나오기에도 수월합니다. 이 아이들은 땅바닥을 기면서 옷과 머리카락이 흙투성이가 되어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한테는 무엇보다 놀이가 즐겁습니다. 놀이에 온마음을 쏟습니다. 놀이를 즐기면 무엇이든 다 좋습니다.
가만히 보면, 우리 집 아이들이 노는 꼴은 내가 어릴 적에 놀던 꼴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노는 모습은 내가 어릴 적에 놀던 모습입니다. 아이들을 바라보며 개구지다고 느끼면 내가 어릴 적에 개구졌다는 뜻입니다. 아이들을 마주하며 사랑스럽다고 느끼면 내가 어릴 적에 사랑스러웠다는 뜻입니다.
.. 포도모로 기사가 눈을 크게 뜨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에게는 마음이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눈물을 흘려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리고 양파 껍질을 벗겨 본 일도 없었지요 … “오,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마. 만약 감옥이 비게 되면, 드디어 나도 시골로 갈 수 있게 될 테니까.” .. (38, 270쪽)
《치폴리노의 모험》에 나오는 치폴리노는 모든 이웃과 동무를 아끼고 싶습니다. 그래서, 모든 이웃과 동무를 아낄 수 있는 길로 나아갑니다. 치폴리노가 ‘나쁜 놈은 무찔러 없애야지!’ 하고 생각했다면 참말 이대로 나아갔으리라 느껴요. 그렇지요.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나아갑니다. 못 이룰 꿈은 없어요. 생각을 하지 않을 때에만 못 이룰 뿐입니다. 생각을 하는 꿈은 언제나 이루어요. 생각으로 짓는 꿈이기에 언제나 이룰 수 있어요.
모험에 나서는 기운은 어디에서 샘솟을까요? 바로 나한테서 샘솟습니다. 아버지가 주지 않고, 어머니가 주지 않습니다. 힘센 우두머리가 나한테 기운을 주지 않아요. 돈 많은 장사꾼이 나한테 기운을 주지 않아요. 오직 내가 나한테 주는 기운입니다.
착하게 살고 싶은 마음도, 참답게 삶을 가꾸고 싶은 마음도, 곱게 어깨동무하고 싶은 마음도, 바로 내가 나한테 주는 기운입니다.
.. 영주와 백작 부인들은 추방당했어요! 영주가 추방당한 거야 당연하지만 백작 부인들은 왜 떠난 것일까요? 백작 부인들을 해치려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어요. 그런데도 부인들은 스스로 망명의 길을 택했어요. 그게 부인들에게 더 나았기 때문이에요 … 성에 웬 학교 수위냐고요? 이상할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되었어요. 성은 이제 성이 아니라 놀이 집이 되었어요 .. (328, 330쪽)
아이들이 모험을 하는 곳은, 바로 아이들이 살아가는 곳입니다. 아이들은 손바닥을 살그마니 펼쳐서 거친 물살을 헤치는 뱃놀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두 눈을 살그마니 감고는 하늘을 훨훨 날면서 구름과 벗삼을 수 있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씨앗을 심어 나무를 키웁니다. 우리 어른들은 씨앗을 뿌려 남새를 얻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나무를 잘라 집을 짓고 책상과 걸상을 짭니다. 우리 어른들은 까치밥을 남기면서 열매를 따고, 풀벌레 노랫소리와 멧새 노랫소리를 늘 들으면서 이야기를 새로 짓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아름다운 삶이기에, 멀리 길을 나서도 아름다운 사랑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즐겁게 놀고 모험을 하기에, 멀리 나들이를 다녀도 신나게 놀면서 모험을 누립니다. 4347.11.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