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109. 수세미 뿔그릇 이기 (2014.7.18.)
여름 내내 우리 아이들은 물과 살았다. 뒷메 골짝물이랑 마을 어귀 샘터에서 살았다. 뒷메 골짝물로 자전거를 타고 가든지, 마을 어귀 샘터로 수세미를 들고 갔다. 마을 어귀 샘터로 물이끼 치우러 갈 적에, 시골순이는 수세미를 담은 뿔그릇을 머리에 이고 걷는다. 마을에서 할매들이 으레 머리에 짐을 이고 걷듯이, 시골순이도 머리에 무엇을 척척 얹고 걷는 놀이를 즐긴다. 치마가 바람 따라 나풀거리고, 걸음걸이 따라 머리카락이 살랑거린다. 샘터와 빨래터를 치우는 여름은 참으로 시원하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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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힌 사진을 늦가을에 슬그머니 꺼내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