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츠바랑! 12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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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407



오늘 놀이는?

― 요츠바랑! 12

 아즈마 키요히코 글·그림

 금정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3.4.25.



  큰아이가 자다가 재채기를 합니다. 작은아이가 재채기 소리를 듣고는 따라합니다. 재채기가 나와서 재채기를 하기도 할 테지만, 재채기를 놀이처럼 자꾸 뱉습니다. 아이한테는 무엇이든 놀이입니다. 아이는 언제나 놀이입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어른한테는 무엇이 놀이일까요. 우리 어른들은 무슨 놀이를 하면서 하루를 보낼까요. 우리 어른한테 술과 담배를 빼고 다른 놀이가 있을까요. 우리 어른한테 텔레비전과 영화와 책과 살섞기를 빼고 놀이라 할 만한 놀이가 있을까요.



- “시계 가르치기, 나한텐 무리다.” “그래, 어렵긴 하지. 괜찮아, 괜찮아. 그럼 시계 말고 딴 거 가르쳐 줘!” (25쪽)

- “이건, 야단맞을 일입니까? 요츠바는, 이제 야단 맞습니까?” (61쪽)





  대나무를 벱니다. 대나무를 베려고 수레를 끌고 갑니다. 자른 대나무는 끈으로 엮어 수레에 단단히 조입니다. 아이들은 수레를 타면서 놉니다. 대나무밭에 가는 길에도 수레놀이요, 집으로 오는 길에도 수레놀이입니다. 대나무를 베면 두 아이는 서로 나르겠다면서 놀고, 대나무 잔가지를 꼬챙이나 젓가락으로 삼아서 놉니다.


  수레에 싣고 가져온 대나무는 마루에서 널나무가 됩니다. 평상에 대나무를 걸쳐서 낭창낭창 널놀이를 누립니다. 굵고 튼튼한 녀석을 골라 끝에 홈을 내고 바지랑대로 세우면, 이제 바지랑대를 둘러싸고 빙글빙글 돌면서 놉니다. 술래잡기입니다. 또는 그냥 잡기놀이입니다. 때로는 그냥 돌기놀이입니다.


  밥을 먹는 자리에서 오목하고 볼록한 숟가락을 물끄러미 들여다봅니다. 숟가락놀이입니다. 숟가락을 국에 살며시 띄웁니다. 숟가락을 배로 삼고 국물을 바다나 냇물이나 못물로 삼습니다. 아이는 밥을 먹다가 바다를 가로지르는 배를 몹니다.





- “또 그래. 손이 파랄 때쯤이야 있지! 저 헬멧도 파랗잖아! 저것도!” (78쪽)

- “아빠, 날다람쥐는 별처럼 날아.” (103쪽)

- “요츠바는 과자가 더 좋은데.” “응, 그럼 장난치지 말고 잠시만 기다려.” (128쪽)



  아즈마 키요히코 님이 빚은 만화책 《요츠바랑!》(대원씨아이,2013) 열둘째 권을 읽습니다. 예전에는 우리 집 큰아이가 이 만화책을 안 보았는데, 이제 이 만화책에 제법 눈길을 보냅니다. 눈을 반짝이면서 들여다봅니다. 일곱 살 어린이 눈에 요츠바는 어떻게 보일까요. 또래라 할 요츠바는, 어쩌면 동생일는지 모를 요츠바는, 우리 집 시골순이·놀이순이·꽃순이·자전거순이한테 어떤 아이로 비칠까요.





- “주머니 달린 집이라니! 요츠바는 장래에 이런 집에 살아야지!” (159쪽)

- “어때, 요츠바. 스스로 만든 카레, 맛있어?” “응! 진짜 같아! 비법양념 맛이 잘 배었어.” (180쪽)

- “좋겠다! 그렇게 멋진 거 요츠바는 생각도 못했어. 그래서 도토리 무지 않은데 그런 보석은 하나도 없어. 좋겠다! 요츠바도 그거 좋아! 요츠바도 그거 갖고 싶어! 부러워!” (188쪽)





  놀기에 하루가 즐겁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놀기에 하루가 즐겁습니다. 어른이 하는 일이란, 스스로 삶을 짓는 놀이와 같습니다. 손수 삶을 가꾸는 노래와 같습니다. 어릴 적부터 개구지게 뛰놀기에 새로운 놀이를 찾아서 일감을 헤아립니다. 어린 나날부터 신나게 뛰놀기에 다시금 놀이를 생각하면서 일머리를 잡습니다.


  풀을 베면서 노래합니다. 나무를 깎으면서 노래합니다. 씻고 씻기면서 노래합니다. 걸레를 빨면서 노래합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노래합니다. 비를 우산으로 받고 첨벙첨벙 달리면서 노래합니다. 뒤꼍에서 유자와 모과를 따면서 노래합니다. 수저를 들고 밥을 먹으면서 노래합니다.


  노래가 아닌 노래가 없습니다. 사랑이 아닌 사랑이 없습니다.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가 없습니다. 아침에 깨어나서 기쁘고, 저녁에 잠들어서 즐겁습니다. 아침에 해를 보니 반갑고, 저녁에 달과 별을 보아 살갑습니다.



- “오늘은 뭐하고 놀까?” (222쪽)



  우리, 오늘 무엇을 하며 놀까요? 우리, 오늘 무엇을 하며 사랑을 속삭일까요? 우리, 오늘 무엇을 하면서 삶을 아름답게 일굴까요? 4347.10.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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