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만화라 하더라도 내 마음에 드는 그림결이 아니면 안 쳐다보는 작품이 많다. 아마, 다른 이들도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재미있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거나 말거나 ‘그 그림결은 내 마음에 안 들어!’ 하고 여기면서 아예 쳐다보지 않을 수 있다. 만화책뿐 아니라 글책이나 사진책이나 그림책에서도 이와 같다. 줄거리를 살피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는 글투나 그림투나 사진투’만으로 섣불리 책을 따지는 사람이 많다. 가만히 보면, 남 말을 할 노릇이 아니라, 나부터 겉모습에 얽매이는구나 싶다. 2002년에 처음 나왔으나 2014년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안 쳐다본 만화책 《궁》 첫째 권을 비로소 손에 쥐어 읽어 본다. 2002년부터 이 만화를 보았다면 ‘내가 안 좋아하는 그림결’이라는 생각 때문에 못마땅하게 여겼을 수 있었으리라 본다. 그러나, 내가 안 좋아한다고 여기는 대목은 그림결뿐일까? 줄거리나 흐름도 살피지 않나? 마당에서 가을볕을 쬐면서 조용히 《궁》을 읽는다. 마당에서 만화책을 보는 동안 마을고양이가 내 앞을 천천히 지나간다. 마을고양이는 딱 2∼3미터 떨어진 자리에 살며시 앉아서 해바라기를 한다. 더 가까이도, 더 멀리도 떨어지지 않는다. 마을고양이한테는 꼭 요만 한 틈이 알맞다고 여겼을 테지. 그러면, 내가 만화나 책이나 그림을 바라보는 눈길은 얼마나 가깝거나 멀리 떨어진 채, 틈을 둔 채, 홀가분하게 바라보면 가장 즐거울 만할까. 만화책 《궁》 첫째 권을 읽는 동안 오직 한 가지 생각만 든다. 만화를 이루는 바탕은, 처음도 끝도 늘 ‘생각날개’이다. 다시 말하자면 ‘상상력’이다. 생각날개를 마음껏 펄럭인다면, 이 만화는 이야기가 살아 숨쉰다고 느낀다. 생각날개를 마음껏 펄럭이지 못한다면, 이 만화는 이야기가 빛을 잃는다고 느낀다. 만화책 《궁》은 퍽 가볍게 생각날개를 펼친다. 가볍게. 4347.10.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전체선택 장바구니에 담기
궁宮 1
박소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2월
4,500원 → 4,050원(10%할인) / 마일리지 220원(5% 적립)
2014년 10월 31일에 저장
절판

전체선택 장바구니에 담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