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65. 그림자 길어지는 마당 (2014.10.28.)



  그림자가 길다. 그래, 겨울이 곧 다가오는구나. 마당에서 노는 자전거돌이 그림자가 몹시 길다. 낮 세 시에 생기는 그림자가 이토록 길다니. 가을 그림자는 길게 누우면서 섬돌까지 따뜻하게 덥힌다. 우리 집에서 함께 사는 마을고양이 다섯 마리는 바깥벽에 기댄 자전거를 덮은 천막천 밑으로 파고들어 낮잠도 자고 밤잠도 잔다. 그림자가 길게 누울 만큼 해도 길게 누우니, 헛간도 그림자를 길게 만든다. 나무도 빨래도 대문도 모두 그림자가 길게 눕는다. 자전거돌이가 세발자전거 굴리는 소리를 고즈넉하게 듣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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