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64. 알록달록 신발 (2014.10.24.)



  아침에 사름벼리더러 섬돌 둘레 신을 가지런히 놓아 달라고 이야기한다. 두 아이가 온갖 신을 골고루 꿰고 난 뒤 툭툭 털기만 하느라 도무지 신이 제 짝을 찾을 수 없는데, 나는 마당에서 마른짚을 옮기느라 손이 없어서 사름벼리한테 일을 시킨다. 사름벼리는 1분조차 안 걸려 신을 잽싸게 가지런히 놓는다. 얼마나 손이 빠르고 야무진가 하고 새삼스레 놀란다. 자전거마실을 가려고 하니 산들보라가 혼자 씩씩하게 신을 꿴다. 오늘 하루 두 아이가 참 사랑스럽게 노네 하고 새롭게 바라보다가, 문득, 이 아이들 온갖 신이 알록달록 이쁘장하구나 하고 느낀다. 아이가 하나만 있을 적에도 아이 신발로 섬돌 둘레가 알록달록 환했고, 아이가 둘 있으니 더 많은 신발로 섬돌 둘레가 알록달록 빛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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