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74. 문득 뒤를 돌아보면
사진을 찍다가 문득 뒤를 돌아봅니다. 내 뒤에서 나를 쳐다보는 누군가 있는지 궁금해서 살며시 돌아봅니다. 누가 있을까요? 아무도 없을까요?
사진을 찍는 사람은 누군가를 앞에 둡니다. 앞에서 마주합니다. 앞에서 마주하기에 비로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등을 보며 마주합니다. 등을 보며 마주하더라도 이녁과 함께 있기에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사람을 찍든 숲을 찍든 물건을 찍든, 꼭 앞모습만 사진으로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뒷모습도 얼마든지 찍을 만합니다. 왜냐하면, 어느 한 사람을 보여주는 모습은 ‘앞모습’에서만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뒷모습에서도 어느 한 사람을 보여주는 모습이 드러납니다. 옆모습에서도 드러나고, 이녁이 없는 자리에서도 드러나요.
1미터 더 가까이 다가와서 찍으면 더 다가와서 찍는 사진입니다. 1미터 뒤로 물러나서 찍으면 더 물러나서 찍는 사진입니다. 10미터쯤 뒤로 물러나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100미터나 1킬로미터쯤 떨어져서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자로 잴 만한 거리로 따져서 더 다가서기에 ‘더 가깝구나 싶은’ 사진을 찍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을 찍는 마음은 ‘사진에 담기는 사람과 사랑으로 사귀는 이야기’를 담아서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더 다가서느냐는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마음을 읽고 생각을 나누며 사랑을 북돋울 수 있으면 됩니다. 마음을 읽지 못한 채 가까이에 달라붙는 대서 살가운 사진을 찍지는 못해요. 생각을 나누지 못한 채 늘 옆에 있더라도 아름다운 사진을 찍지는 못해요. 사랑을 북돋우지 못한 채 자주 만나더라도 따사로운 사진을 찍지는 못합니다.
문득 뒤를 돌아봅니다. 누군가 내 뒤에서 나를 지켜보는가 궁금해서 뒤를 돌아보았다가, 내가 ‘내 앞에 마주하는 사람과 얼마나 마음으로 가까이 사귀면서 사진을 찍는지’ 헤아리려고 뒤를 돌아봅니다. 사진을 한 장 찍기 앞서, 나는 내 마음과 생각과 사랑을 ‘사진에 찍힐 사람’한테 얼마나 찬찬히 도란도란 소근소근 올망졸망 들려주었는지 되새깁니다. 4347.10.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