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73. 웃는 사진



  사진은 늘 스스로 찍습니다. 그러면, 사진을 스스로 찍을 적에 어떤 마음이 될까요. 아주 마땅한 소리라 할는지 모르는데, ‘사진을 스스로 찍을 적에는 스스로 즐거울 노릇이니, 빙그레 웃는 마음이 되리’라 느껴요. 그러니까, 스스로 사진을 찍는 사람은 스스로 웃습니다. 남이 나를 웃겨 주어서 웃지 않고, 스스로 즐겁게 사진기를 다루니 시나브로 웃음이 터져요.


  아이한테 입히려고 뜨개질이나 바느질을 하는 어버이를 떠올립니다. 천을 손수 짤 수 있고, 물레를 자아 실을 손수 얻을 수 있습니다. 가게에서 천을 끊을 수 있습니다. 어떤 길을 거치든, 마지막에 바느질과 뜨개질을 어버이가 손수 합니다. 때로는 가게에 가서 ‘다 지은 옷’을 돈만 치러 살 수 있습니다. 어떠한 모습이든, 어버이는 아이한테 입히려고 옷을 마련합니다. 이때에, 어버이는 어떤 마음일까요. 아이한테 옷 한 벌 지어서 입히고 싶은 어버이 마음은 어떤 빛깔이거나 무늬이거나 내음이거나 숨결일까요.


  사진빛이란, 어버이가 아이한테 옷 한 벌 지어 주는 빛과 같습니다. 사진무늬란, 어버이가 아이한테 밥 한 그릇 지어 주는 무늬와 같습니다. 사진내음이란, 어버이가 아이한테 들려주는 노랫가락과 같습니다. 사진숨결이란, 어버이가 아이한테 물려주는 사랑과 같습니다.


  빙그레 웃으면서 사진기를 손에 쥡니다. 활짝 웃으면서 사진기 단추를 누릅니다. 까르르 웃으면서 사진 한 장 찰칵 찍습니다. 와하하 웃으면서 사진 한 장 함께 들여다봅니다.


  사진찍기는 웃음잔치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할 만합니다. 사진찍기는 웃음꽃을 피우려는 마음이라고 할 만해요. 사진찍기는 웃음노래를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부르고픈 마음이라고 할 만하지요. 웃는 사진입니다. 4347.10.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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