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84] 숲집



  들에는 들짐승이 있습니다. 바다에는 바다짐승이 있습니다. 집에는 집짐승을 두는데, 요즈음은 도시에 머무는 짐승이 꽤 많아, 이 아이들을 가리켜 ‘길짐승’이나 ‘골목짐승’이라 일컬을 수 있습니다. 시골이라면 ‘마을짐승’쯤 될 테지요. 멧골에는 ‘멧짐승’이 있습니다. 멧토끼나 멧돼지는 멧짐승입니다. 그러면, 숲에는 누가 있을까요? ‘숲짐승’이 있을 테지요. 숲짐승은 숲살이를 합니다. 숲에는 이 아이들이 누릴 먹이가 있고 보금자리가 있어요. 사람들이 자꾸 고속도로나 골프장이나 공장 따위로 괴롭히지만, 숲짐승은 조그마한 숲에서 씩씩하게 이녁 삶을 가꿉니다.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시골과 도시로 나누어서 살고, 거의 모든 사람이 도시에서 삽니다. 도시에서는 ‘다세대주택’이나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나 ‘빌라’ 같은 데에서 삽니다. 요즈음은 ‘집’에서 사는 사람이 없어요. 시골에서조차 ‘전원주택’을 짓기 일쑤입니다. 나는 숲짐승과 이웃이 되어 살고 싶습니다. 숲에서 흐르는 숲노래를 듣고 싶으며, 아이들과 숲놀이를 누리고 싶은 한편, 숲내음과 숲빛과 숲나물을 즐기고 싶어요. 이리하여 내 마음속에서 ‘숲집’이라는 낱말이 태어납니다. 숲을 이루는 집에서 살고 싶은 꿈을 키웁니다. 숲집에서 숲아이를 돌보는 숲사람이 되면, 내가 하는 말은 늘 ‘숲말’이 될 테지요. 4347.10.2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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